제국의 몰락

아모스 8:1-4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인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만큼 하나의 이유를 들어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제국으로 성장하여 부흥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그렇지만 거대한 제국이 쇠퇴해 가는 과정 또한 여러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몰락에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대제국을 건설했던 고대의 페르시아, 로마, 몽골, 그리고 오늘날 강력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포용성이라는 점입니다. 크고 작은 전쟁이 잦았던 고대사회에서 제국으로 성장했던 국가나 민족이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복전쟁 이후 폭력으로 피지배자들을 짓누르거나 배타적으로 차별하기 보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자기들 안으로 동화시키거나 그들만의 특성을 인정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바벨론의 포로기를 마치고 돌아와 성전의 재건축을 가능하게 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피정복민 정책은 성경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로마의 경우도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제국의 시민이 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강하게 부여하는 정책을 사용하였습니다. 부족국가의 연합체로서 세계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은 ‘평생동지”라는 형제애를 내세워 타민족을 복속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배-피지배 관계를 포용이라는 정신 속에 담아 놓음으로써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시켜 거대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오늘날의 미국이 부강해질 수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민권이 갖는 위상을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역으로 몰락의 원인도 성장의 원동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국을 이루었던 힘이 무너지면 결국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포용성을 제국의 성장 원동력이라 본다면, 결국 제국이 몰락한 이유도 이 포용성이 무너진 것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주-농노관계의 불평등 심화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 로마제국이나 형제간 갈등으로 분열된 몽골제국의 몰락은 이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내용은 이를 잘 뒷받침해 주는 말씀입니다.

본문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아모스에게 이스라엘의 멸망이 멀지 않았음을 환상을 통해 계시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멸망에 대한 하나님의 분명한 의지를 2절에 나오는 ‘끝장 났다’는 표현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타락하고 부패한 이스라엘 백성을 더 이상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끝장났다’는 이 말을 ‘여름 과일’의 환상과 결부시켜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몰락의 원인에 대한 단서와 그것이 결국은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히브리어로 과일을 뜻하는 ‘카이츠 קיץ qayits‘와 끝을 의미하는 ‘케츠 קץ qets‘는 발음도비슷할 뿐만 아니라, ‘잘라내다 קָצַץ qatsats’ 라는 같은 어원에서 파생한 단어입니다. 과일은 가지에서 떼어 잘라내야 먹을 수 있는 열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곧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 이유입니다. 사실 팔레스타인 지역의 여름 과일은 완전히 익어서 곧 수확을 앞둔 상태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먹을 때가 되었다는 것은 수확을 위해 잘라내거나 따야 할 시기라는 것을 뜻합니다. 과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생명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마지막 때를 의미하는 환상으로 여름 과일을 보여주신 까닭이 여기에 있는 지도 모릅니다.

물론 환상에서 나타난 여름과일 한 광주리는 끝이라는 단어와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광주리 한 가득 담긴 과일은 오히려 풍성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이치는 참 오묘합니다. 흔히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체험을 통해 얻는 상식과 같은 지혜입니다. 모든 일의 정점에 도달하면, 그 뒤에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 순간이 최정점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더 오르고 싶은 욕심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요.

과일나무에게 있어서 절정의 순간은 잘 익은 열매를 맺고 있을 때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조금만 지나치게 되면 과일은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결국은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궁극에는 상하거나 땅에 떨어져 썩어 없어지게 됩니다.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당연한 자연의 선택이자 생명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보시기에 이스라엘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역행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스라엘은 물질적인 풍요와 번영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풍요는 특정한 자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로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고, 아래로는 함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공동의 노력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대로 포도의 열매는 어느 한 가지만이 맺을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위에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한 가지만이 자신의 특권을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공적을 부풀리고 권리만을 주장합니다. 나아가 힘없고 빈곤한 사람들을 더 짓밟고 착취하려 듭니다. 그 방법이 더욱 교묘해져서 부정과 부패 그리고 불의가 판치게 됩니다. 사람들도 끝없는 욕망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더욱 악해져만 갑니다. 신선한 열매의 맛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을만큼 썩어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진노하시며 심판의 칼을 드신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이스라엘은 지금 비록 여름 과일처럼 풍족하고 번창을 누리고 있는 같아 보이지만, 위기가 이미 진행되어 나락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 없었던 겁니다. 무엇보다 아모스는 이스라엘의 몰락을 그들이 열매맺을 수 있었던 이유인 하나님의 은혜에서 다시 찾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워진 나라가 그 말씀대로 살지 않은 결과 몰락의 길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요즘 미국 사회가 인종문제로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증오범죄가 일어날만큼 그 감정의 골은 상당히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 오늘날처럼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유라는 큰 가치 하에 모든 것을 다 포용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종과 문화, 이념과 가치에 대해 포용력을 가지고 품어안을 수 있는 힘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제국의 무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포용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상대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약화되면 앞으로 미국사회도 몰락의 길을 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론매체를 통해 이념과 의견 차이로 인해 극단적으로 국론이 분열 되는 듯한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빠르게만 해결하려 든다면 위기는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이룬 성장은 함께 땀흘려 얻은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이제는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더 인내와 배려로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이스라엘이 외세의 등살에 밀려 정작 자기 백성의 피폐한 삶을 되돌아 보지 못해 몰락의 길을 간 것처럼, 주변 국가의 눈치나 보다 국민의 안녕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사명을 받은 이 시대의 교회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맺는 열매는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를 먹고 자란 것입니다. 하나님이 행하신 은총의 결실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대로 행하는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만일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세우고자 한 이 거대한 제국의 프로젝트도 몰락의 길을 가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아모스의 경고대로 끝장날 삶을 살기 보다, 열매맺기에 합당한 삶을 사는 교회와 성도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국의 몰락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세워 가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