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사귐의 시작

창세기 12:1-4

오늘은 우리교회 창립31주년이 되는 주일입니다. 서른 하나라는 나이는 아직 젊기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이제 성숙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무게감을 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교회로서도 지나온 세월만큼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설교제목을 정하면서 “31”이라는 숫자 대신에 “30+1”이라는 수식을 사용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서른을 지나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출발이라는 점이 더 부각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대부분의 이민교회가 그렇듯 이국 땅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민자와 유학생을 위해 지난 31년 전에 이 지역에 세워졌습니다. 아브람의 여정처럼 우리도 살고 있는 땅과 고향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처럼 이민자의 삶이란 떠남과 내려놓음을 처음부터 경험하는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마주하며 개척해야 하는 도전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민자의 삶을 광야를 지나는 나그네와 같은 길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출애굽 이후 40년 광야 생활을 해야 했던 이스라엘 민족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가라 하는 곳을 향해 늘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우리가 늘 잊고 지내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길을 떠난 아브람을 믿음의 조상이라 부르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나안과 같은 특정한 지역을 향해 가는 것 만이 최종적인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를 향해 가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목적지가 바로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고 있는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지시한 길을 가는 것은 실질적인 공간의 이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이 하나님께로 이동하는 과정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야는 현실적인 고난과 역경의 땅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준비하기 위한 연단의 땅이라 보는 편이 맞습니다. 완전한 마음의 변화가 있기 전에 거쳐가는 훈련의 시기라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창립 31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에게도 또 다른 도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지시하신 약속의 땅에 도달하기 전에 거쳐야 할 준비과정입니다. 열매를 맺는 순간 보다 이를 위해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은 언제나 불편하고 땀을 흘려야 하는 고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제가 30+1이라고 명명한 것도 사실은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치기 이전에 우리가 남은 10년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붙인 것입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를 따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10년의 시간을 준비하며 하나님의 교회를 더욱 굳건하게 세워보자는 뜻입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를 비롯한 한인 이민교회가 맞이하게 될 10년은 향후의 교회의 위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모든 개신교회가 침체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특히 한인 이민자의 수는 큰 폭으로 감소되어 앞으로 1세대 중심의 이민교회에서 양적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미 한인이민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에서는 문닫는 교회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인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지역도 교인의 수가 점차 감소하며, 교회에서의 이탈현상은 당분간 멈추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러한 현실상황을 고려하여, 우리 교회는 작년 30주년 창립기념을 맞이하여 다음의 네가지 선교의 입장(Mission Statement)을 중점적인 사역의 방향으로 정한 바 있습니다.

1. 우리는 한인이민 신앙공동체 (Korean Immigrant Faith Community)로서 이민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예배와 교육을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주님의 제자들을 양육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성도간의 나눔과 섬김을 다하는 열린교회가 되고자 한다.

2. 우리는 한인공동체 (Korean American Community)의 일원으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지역사회의 요청과 필요에 대해 적극 반응하는 선한이웃 교회가 되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인종갈등과 빈곤의 문제를 위해 섬김과 구제에 힘쓰고자 한다.

3. 우리는 한민족 (Korean Heritage)의 뿌리를 가진 신앙공동체이다. 분단의 아픔과 갈등 속에 있는 조국의 평화와 화해 그리고 통일을 위해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4. 우리는 다음 세대 (Next Generation)를 준비하는 미래지향적 열린교회이다. 앞으로 다가 올 미래의 시대가 요구하는 신앙공동체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 세대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길러내고 양육하는 제자 양성소가 되고자 노력한다.

 

금년을 30+1년으로 정한 까닭은 이 선교의 방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시작한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이민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사회와 이민공동체, 그리고 우리의 조국을 위한 사역에 헌신하며, 앞으로 다가 올 미래의 세대를 준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교회가 앞으로 10년의 광야생활 동안 해나가야 할 일들입니다. 다소 더디고 힘이 드는 시기일 지라도 모두가 합력하여 이 과정을 잘 준비해 나갈 때, 우리 교회를 약속의 땅에 필요한 귀한 도구로 사용하여 주실 줄 믿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세대를 이끌며 미래를 개척해 나갈 여호수아와 갈렙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을 배출시켜 주시며, 수많은 우리의 후손들로 채워지는 믿음의 교회로 삼아 주실 줄 믿습니다.

30+1년을 기념하는 오늘, 저는 우리에게 맡겨주신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한가지 실천덕목을 이야기하며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너를 축복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베풀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릴 것이다” 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 서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명확히 해주신 구절입니다. 저는 이를 한 마디로 “사귐”이라는 말에서 찾고 싶습니다. 사귐은 원래 서로 엇갈려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이를 잘 표현해주는 모습입니다. 위로는 하나님과의 사귐, 그리고 수평으로는 우리 서로간의 사귐이 바로 십자가의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본 회퍼는 그리스도인의 사귐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귀는 것이라 정의 내리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된 사귐의 공동체입니다.

30+1의 시작도 저는 바로 이 사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먼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축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사귐을 가질 때 하나님과의 사귐도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허공에 맴도는 소리가 되지 않을 때, 성도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로 사귐을 가질 수 있을 때, 우리에게 앞으로의 미래는 말 그대로 하나님의 축복이 실현되는 열매가 맺어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