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조연은 없다

출애굽기2:1-10

 

영화와관련한용어가운데“신-스틸러(scene stealer)”라는말이있습니다. 주연은아니지만그에못지않은중요한역할을맡고있는조연을가리키는용어입니다. 대개의경우사람들의이목은영화의주역을맡은주인공에게집중되는경향이있습니다. 사실영화만이아니라삶의여러부분에서도그렇지요. 그래서모두가주인공이되고싶어하는것아니겠습니까? 누구나주인공처럼비중있는역할을맡거나, 사람들이동경하는성공적인삶을살면서화려한스포트라이트를받고싶어합니다. 그런데영화만보더라도, 주인공혼자만으로의힘으로는극을전개시켜나갈수도없을뿐만아니라훌륭한작품을만들수없는법입니다. 모두가각자맡은역할을잘소화해낼때영화의완성도를높일수있는것이지요.

 

다행히요즘은주연못지않게조연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습니다. 예전에는영화를보고나면주인공만기억하는사람들이많았는데, 지금은조연에대한대중의인기도높아져서그역할에대한시각이매우다양해지고있습니다. 매우긍정적인변화라는생각이듭니다. 이러한변화가영화만이아니라사실은우리의삶전반에걸쳐서도이루어질수있기를기대해봅니다. 그래서도드라지지는않지만, 묵묵히자신의자리를지키는모든이들이주인공이나다를바없는‘신스틸러’로서인정받는세상이올수있으면좋겠습니다.

 

그런맥락에서성경의인물에대한우리의시선도전통적인관점과는조금다른각도로접근해보면어떨까요? 성경의출애굽기를하나의영화에비교해본다면, 오늘본문의말씀은영화에서가장중요한주인공의첫등장신이라고할수있을겁니다. 현실적으로보아도, 실제주인공인모세는이스라엘민족의큰영웅입니다. 그러니그의탄생과관련된이야기는개인의극적인운명을보여줄뿐만아니라이스라엘민족이처한상황과앞으로의전개를암시하는매우중요한부분이아닐수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대부분의사람들은오늘본문의이야기를읽으며오직한사람, 주인공인모세만을기억하는경향이있습니다. 그런데대부분의대하드라마가그렇지만, 출애굽의사건은한사람만의모노드라마가아닙니다. 더군다나아기모세를조명하는이야기의시작부분에서또다른인물들에대한관심을두지않는다면, 많은것을놓칠가능성이높습니다. 바로갈대상자에담겨있느라큰역할을보여주지못한아기모세보다더부각이되어야할‘신스틸러’ 들이있다는것이지요. 

 

그첫번째조연은바로모세의어머니, 요게벳입니다. 죽음의위협을피하기위해어쩔수없이이제태어난지갓석달밖에안된자신의아들을갈대상자에담아강물에떠나보내야만했던비운의여인입니다. 사실그녀의이름은출애굽기6장20절과민수기26장59절에서잠시언급되고스쳐지나갈정도로큰주목을받지못한성경속인물입니다. 오늘본문도레위여자가임신하여아들을낳았다고만기록하고있을뿐입니다. 물론우리는이미그녀가낳은이아이가장차대하드라마같은출애굽의사건에서중요한인물이될사람이라는것을잘알고있습니다. 

 

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이때는아이역시이름을갖지못한상태였습니다. 그만큼매우긴급한상황이었던것이지요. 당시이집트의왕은히브리혈통의인구수를줄여서장차위협이될지도모를근원을없애고자하였습니다. 그래서히브리혈통을가진남자아이는모두나일강에던지라는명령을내렸습니다. 일종의인종말살정책처럼잔혹한명령이아닐수없습니다. 그러나요게벳은갓태어난아들을차마죽음의길로가게할수는없었습니다. 그래서사람들의눈을피해석달이라는시간을숨길만큼최선의노력을기울였습니다. 그러나아이가커가면서더이상숨길방법이없었습니다. 발각이되면아이는물론이고가족모두가죽음을면할수없는절대절명의순간이었습니다. 결국그녀가내린선택은아이를갈대상자에넣고몰래나일강가에두는것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해서아이를살리고싶은어머니의마음이었던것이지요. 과연그순간요게벳의마음은어떠했을까요? 

 

어쩌면자식과의마지막이될지도모를순간에어머니의가슴은천갈래만갈래찢기는듯한고통이었을겁니다. 눈에넣어도아프지않을만큼사랑스러운아이를갈대상자에넣어강가로떠나보내야한다는것은어미에게가장가혹한선택이아닐수없습니다. 잠시품을떠나보내는것조차불안한것이엄마의마음아닌가요? 심지어아이가성장해서부모의품을떠나자신의삶을찾아나설때조차커다란상실감을느끼는것이부모의마음입니다. 그런데이제앞으로아이의운명이어떻게될지도모르는상태에서속절없이떠나보내야만했던요게벳의심정은이루헤아릴수없을아픔이었을겁니다.

 

그래도자식이살수만있다면이아픔조차내가지고가리라는생각을하지않았을까요? 그래서행여물이라도스며들지는않을까노심초사하는마음으로갈대상자에역청과나무진을발라서두겹세겹으로방수처리를합니다. 눈물을머금으며온정성을다해갈대상자를만들었겠지요. 그리고간절한마음으로기도를했을겁니다. ‘하나님제발이아이를살려달라’고말이지요. ‘차라리이아이를데려가시려거든나를데려가라’는간절한마음으로빌고또빌었을지모릅니다. 성경에단한줄로묘사된갈대상자로는다표현하지못한  애절한사연이있었던것입니다. 

 

그때또한명의신-스틸러가등장합니다. 멀리서이상황을살펴보던모세의누이, 미리암입니다. 동생이태어나던순간을누나도기억하고있었을겁니다. 몰래동생을숨기며온가족이숨도제대로쉬지못했겠지요. 어머니에게서단단히주의를듣기도했을겁니다. 잘못하다가는동생이죽을수도있다는끔찍한사실을말이지요. 아직어린미리암에게는감당하기어려운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다어느날어머니가동생을갈대상자에담아떠나보내려고한다는사실을알게됩니다. 미리암은자기때문에어머니가그런결정을한것이아닌가미안한생각이들었을지도모릅니다. 자신을위해동생이가족의품을떠나가게되었다는현실을받아들이기힘들었습니다. 

 

그래서미리암은어머니가갈대상자에동생을담아강가로떠나보내는모든순간을따라가기로결심합니다. 동생이가는순간을지켜보라는어머니의부탁때문이아니라, 너무나동생에게미안하고마음이안타까워서끝까지갈대상자를따라갑니다. 아직어린소녀에불과한미리암도얼마나힘들었을까요? 죽을힘을다해뛰고또뛰었을지도모릅니다. 넘어져자신의무릎이깨져도아랑곳하지않고오직동생이담긴갈대상자만을바라보며끝까지달렸습니다. 사실눈물이나서앞도잘보이지않았을겁니다. 다친제몸때문이아니라, 마음이아파서말이지요. 하지만쉬지않고달리며속으로는기도했을겁니다. ‘하나님, 내동생을제발살려달라’고말입니다.

 

기도의응답이었을까요? 그때마침한여인이강가에나왔다가, 갈대상자를발견합니다. 또한명의신스틸러가등장한것이지요. 바로이집트의공주입니다. 히브리인의시각에서보면, 우리편이아니라나쁜편의아주높은신분의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성경도자세하게그에대해말해주지않습니다. 애당초그건중요한이야기가아니니까말입니다. 그런데예상했던것과는달리이집트의공주가그아버지와는달리나쁜편이아닌듯해보입니다. 왜냐하면갈대상자안에들어있는아기를보는순간직감적으로모성애가발휘되었기때문입니다. 그런데공주에게도주저하는마음이없었던것은아닙니다. 갈대상자에담긴아이가히브리사람의아들이라는걸알았던것이지요. 순간적으로어떻게해야하나고민이들었습니다. 아버지가내린명령을공주도이미잘알고있었습니다. 그렇다고어린생명을그대로내버려둘수는없었습니다. 갈대상자를열고아이를보는순간, 이건자신에게주어진운명이자선물일것이라는생각이들었는지도모릅니다. 어떻게든아기를살리고싶은마음이었던겁니다.

 

그마음을성경은불쌍한마음이었다고기록하고있습니다. 이것은단순한동정심이아닙니다. 사실은위세명의조연들이가진한결같은마음을표현한것이기도합니다. 무엇보다그것은우리를향한하나님의마음이었습니다. 긍휼한마음으로죽어가는생명을바라보시며, 우리를영원한생명으로인도하신것이바로하나님의구원의역사입니다. 독생자그리스도를보내신이유입니다. 예수님도목자잃은양떼같은무리를보시며긍휼한마음을가지셨습니다. 그래서자신의몸을희생하여생명들을살리신것아닙니까? 그런의미에서출애굽의긴여정을보여주는이대하드라마의첫부분은조연들의이야기를통해하나님의구원이라는전체주제를짤막하게묘사하고있는것이라할수있습니다.   

 

그복선이되는것이바로조연들이가진한결같은마음입니다. 아기의어머니인요게벳의마음, 동생을향한애틋한누이의마음, 그리고생명을향한이집트공주의마음도사실은우리를향한하나님의불쌍한마음과다를게없었다는것이지요. 그결과이민족의공주는내버려두어도상관없을히브리태생의아이를자신의자식으로삼고자하는결단을하게됩니다. 그리고끝까지동생의뒤를살펴보던누이는공주에게나타나유모를소개하겠다는기지를발휘하게됩니다. 그결과요게벳은눈물을머금고떠나보냈던 아이를다시데리고와젖을먹이며키울수있는드라마틱한반전이이루어질수있었던것입니다.

 

비록모세라는이름에가려서빛이나지않은조연으로시작했는지모르지만, 결국이드라마의주인공은이들모두였다는사실을보여준것이지요. 하나님의드라마에결코쓸모없는조연은없다는사실을증명해주는이야기가아닐수없습니다. 오늘추수감사주일을맞이하여, 저는이드라마틱한이야기를여러분과나누고싶습니다. 우리인생에도조연은없다는사실을말이지요. 사실은우리모두가각자이야기의주인공이라는점을잊지말아야합니다. 지난한해를되돌아보십시오. 우리삶에얼마나많은이야깃거리들이있었나요? 그중에는참가슴아픈사연들도많았을겁니다. 때로는쉬지않고달려야하는수고와어려움도있었을터이고요. 또어떤때는결단하기어려운선택들로인해서주저했던순간들도있었을겁니다.

 

그런데아십니까? 우리모두가각자이야기의주인공이되어살아가는동안, 이모든이야기를이끄신연출가가계시다는사실을? 갈대상자에담고, 그것을지켜보며달리고, 그것을발견하여집으로들이는것은우리각자의몫이었는지몰라도, 결국그모든과정을통해구원의스토리를완성하신분은하나님이라는사실을말입니다. 그래서조연에그칠지도모를우리가모두주인공이된것아닌가요? 너무나아름다운하나님의인생작품으로말입니다. 이것이오늘우리모두가감사해야할이유입니다. 우리의삶을하나하나이어서소중한완성품으로허락하신하나님께감사드립시다. 우리모두를참아름다운삶의작품을만들어가게인도하신하나님앞에감사와찬양을올려드리는귀한추수감사주일예배가될수있기를주님의이름으로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