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Used to be)

요한복음2:1-11

 

가나혼인잔치에관한이야기는예수님이공생애를시작하며행하신첫번째기적사건으로알려져있습니다.사건의배경이된혼인잔치는지금도그렇지만당시유대사회에서매우중요한개인의대사로간주되었습니다.일반적으로혼인식은수요일에치러서일주일동안부부는물론온동네가축제분위기에빠졌다고합니다.결혼한부부는요즘처럼신혼여행을가는것이아니라집에머물면서일주일간결혼예복을입은채로가정을개방해놓고,사람들로부터왕이나왕후와같은대접을받았습니다.가난과중노동으로지친삶의무거운짐을잠시잊고적어도일주일동안은축제속에서인생의즐거움을만끽하는시간이었던겁니다.

 

아마도기적사건의배경을혼인잔치에서시작한이유도삶에지친일반민중들에게축제가주는삶의활력소를보여주고자한것이아닌가생각해볼수있는대목입니다.고단한삶의현실에서아무런희망없이살아가는이들에게,이땅에서는누릴수없을것같던희망찬세상을보여주고자한것이지요.더불어혼인관계는유대인에게하나님과의관계를나타내는상징적표현이기도했습니다.따라서혼인잔치는하나님과의언약이성취되는구원의날을보여준다고할수있습니다.진정한하늘축제가열리는날인것이지요.그날에이땅의암울했던고통과궁핍,그리고억압의현실은사라지고,누구나주님의신부가되어왕같은대접을받는다고생각해보십시오.여기저기서기쁨과감격의환호성이울려퍼지지않을까요? 한마디로가나의혼인잔치는구원의천국잔치를보여주는것이라해도틀리지않습니다.

 

그러고보면본문에서기록된표징이라는말에주의를기울일필요가있습니다.흔히기적이야기라고말하는데,실제로복음서는기적이라는단어대신에표징이라는말을사용하고있습니다.기적은말그대로알수없는미지의상황이발생할때쓰는말입니다.때로마술과혼돈하는이유이기도합니다.물이포도주라는물질로변화되는기이한현상에만주목하기때문입니다.실제로성서에는이와같이신비한현상에대한이야기가많이언급되고있습니다.어떤이들은성경이기이한현상을엮어놓은기적의책이라고부르기도합니다.그래서오히려오늘날과학적이고합리적인사고를하는현대인들에게는의심과시험의대상이되기도하지요.

 

하지만성경은기적의역사로그치는신비한이야기가아닙니다.성경은지금도우리가운데역사하시는살아있는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말씀의목적은기적과같이기이한현상그자체를말하는것에목적을두고있는것이아닙니다.표징이라번역된헬라어“세메이온”은우리에게전하고자하는하나의메시지일뿐입니다.무언가를가리키는표시와같은것이지요.곧그자체가궁극적대상이아니라무언가를가리키고있는안내판과같은역할입니다.그러니신비로운현상이중요한것이아니라그것을통해우리에게전하고자하는메시지가무엇인지를아는것이더중요하다는뜻입니다.

 

그런의미에서본문의이야기는물이포도주로변하는표징이전에몇가지중요한표징들을통해우리에게메시지를전하고있다는사실을알수있습니다.크게두가지관점에서접근할수있는데,하나는이이야기를듣는유대인을향한표징입니다.본문에보면,잔치중에포도주가떨어져마리아가예수님에게부탁을하는구절이나옵니다.그때유대의정결예법에따라준비해둔돌로만든물항아리여섯개를가져오라고예수님이일꾼들에게명을내리지요. 당시유대인의정결예식에따르면,집에들어오기전에발을씻거나음식을먹기전에꼭손을씻도록했는데물항아리는그것을위해준비해둔것이었습니다.

 

그런데중요한단서,나아가하나의표징이되는부분이있는데바로항아리의숫자입니다.유대인들에게수는단순히숫자이상의의미를갖는상징적성격을가지고있었습니다.성경에서도자주인용되듯이,일곱(7)은완전수를의미합니다.반면에여섯은하나가부족한것으로항상부정적의미로사용됩니다.계시록에서악마를나타내는표식으로666이라고한것만봐도알수있습니다.흥미로운사실은본문의이야기에등장하는물항아리의수가여섯개라는점입니다.이것은정결예법과같이유대율법이가진불완전성을표징한것이라할수있습니다.말하자면, 진정한천국잔치는율법을통해얻을수있는자리가아니라는것이지요.예수그리스도의은혜로인해얻을수있는축복의자리라는뜻입니다.

 

이를보다명확하게보여주는증거가또다른표징에서나타나지요.바로포도주와관련된이야기입니다.당시가나혼인잔치의메시지는헬라문화권에있던이방인들에게도선포되어야했습니다.사실헬라인들에게는디오니소스라는술과축제의신이있었습니다.요즘은잘이해가되지않을지도모르지만,고대인들에게축제는매우특별한의미가있었습니다.일상에지친사람들이축제에서‘엑스터시(ecstasy)’와같이특별한황홀경을통해영적인환각에빠지는경우가많았습니다.그것이마치육신의구원을얻는것처럼생각하기도했다는것이지요.술은이를도와주는도구가되었습니다.아마도삶에분명한목적과방향을상실하고,현실의무거운짐을지고살아가는사람들에게이것은일종의탈출구와같은역할을했던것으로보입니다.

 

후에사도바울도초대교회의성도들에게술취하지말고방탕하지말라고권면한까닭도마찬가지의맥락에서이해할수있습니다.포도주의표징은이를분명하게제시해주지요.우리를진정구원의상태로이끄는것은바로그리스도예수의보혈이라고말입니다.그저빈주전자에술을채워서애주가들의기분을좋게하는것이아니라,앞으로장차맞이하게될천국잔치는그리스도가주시는보혈을통해얻을수있게될것이라는뜻이지요.지난2000년동안교회가주님의살과피로빵과포도주를나누는이유가바로이것입니다.다시말해,가나혼인잔치의기적이야기는물로포도주를만든기이한현상이아니라,장차우리를위해피흘리실그리스도예수로인해얻게될구원의신비로운사건을가르쳐주고자했다는것이지요.십자가의놀라운영광을나타내주신사건이라는뜻입니다.

 

따라서물이포도주로변하는표징은이를대하는우리들의모습을반영한것이라고도볼수있습니다.물이포도주가되는것은질적인변화를의미하지요.물론물에포도를담그고오랜시간이지나면그효소작용으로인해포도주가되는법입니다.그런데가나혼인잔치의표징은그자리에서이루어집니다.예수님을통해서말이지요.다시말해우리가하나님의말씀을통해변화되어야할모습은시간과함께연륜이쌓이듯묵은신앙이아니라는겁니다.지난주세례의의미를통해이야기한것처럼,그리스도를통해완전히새로운피조물로거듭나는것이지요.그리스도안에서새사람이되는것입니다.오래된낡은육신의습관에서벗어나,그리스도의보혈로깨끗이씻김받고영의사람으로완전히변화되는것이지요.그것이바로표징을통해우리에게전하는참메시지입니다.

 

지난주토요일에우리가속한Bay 지방주최로선교전략이벤트가있었습니다.교회성장과선교적마인드를활성화시키기위한방향과전략을여러교회지도자들로부터듣고함께의견을나누는자리였습니다.그런데강사목사님중의한분이우리가앞으로새로운시대를맞이하여살아있는교회와성도가되기위해서피해야할한가지습성에대한이야기를하는것이었습니다.우리말에“왕년에”라는말이그것입니다.영어로도“used to be”라고해서예전에는이랬지라는과거지향적태도를지칭한것이었습니다.

 

여전히예전에자신이했던방식이나예전에좋았던시절을운운하며새로운시대를준비한다면,많은시행착오를겪을수밖에없습니다.그것은시대적변화에상관없이율법적전통을그대로중시하는유대인들이나퇴폐풍조를만들어내는폐해에도불구하고새롭게변화시키려들지않는이방인들의모습과다를바없습니다.무엇보다모든변화의중심에는옛과거의명성이나화려했던순간에대한추억이아니라하나님의말씀이있어야한다는사실을잊어서는안됩니다.더군다나교회는그리스도의핏값으로세운하나님의집이아닙니까?그러니교회나성도나그리스도예수안에서‘왕년의추억팔이’에빠져있는것이아니라새롭게거듭나야합니다.그럴때비로소하나님의말씀속에살아숨쉬는생명력있는교회와성도의모습을회복하게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