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1) - 졸업생들을 향한 사자후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드리는 마지막 기도.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뒤에 겟세마네 동산에 가서 기도하셨습니다. 제사장들이 보낸 군인들에게 체포당하시기 직전의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만찬과 체포 사이에 행하신 예수님의 기도. 그것은 이제 남겨질 제자들을 위한 간절함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초기 기독교 교회가 처한 역사적 상황과 연관이 있습니다. AD 70년에 예루살렘은 로마에 의해 완전히 함락을 당하게 됩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것도 이때의 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을 지탱하고 있던 유대교의 세력들간에 변화가 생겨나게 됩니다. 성전을 통해 세력을 과시하던 사두개파와 무력투쟁에 앞장서던 열심당(젤롯당)은 몰락의 길을 가게됩니다. 금욕적 생활을 강조하던 엣세네 파는 완전히 현실과 떨어져 은둔생활에 들어 갑니다. 오직 바리새파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비록 성전은 파괴되었어도 회당과 율법을 중심으로 세력을 오히려 확장시켜 나갑니다. 그와 함께 이들의 근본주의적 율법주의는 이에 반하는 모든 세력들을 축출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초기 기독교 교회 역시 근본주의적 율법주의로 대변되는 유대교와의 관계를 분명하게 해야할 입장에 서게 됩니다. 사실 유대 근본주의 운동이 득세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기독교 교회는 유대교와 상당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도들도 유대교의 전통 안에서 부활의 복음을 따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들을 유대교의 한 분파로 여겼다는 것도 그와 맥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바리새파의 근본주의 운동이 강화되면서 기독교 교회는 그들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결별해야 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유대교와의 결별은 초대 교회에 엄청난 시련을 가져왔습니다. 새로운 종교에 대한 로마의 탄압과 유대인들의 극심한 배격은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순교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이 떠나신 뒤 남겨진 제자들은 세상에 의해 버림을 받은 존재가 되버린 겁니다. 결코 세상에 속할 수 없는 이 땅의 이방인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예수님도 스스로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의 제자들 역시 세상에 속하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이 바로 기독교인의 운명이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요한복음 18장 36절에서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속한 곳도 바로 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비록 우리의 몸은 이 땅에 머물러 살아가지만 우리가 속한 곳은 하나님의 나라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이 땅의 신앙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세상에 몸을 두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사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야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것일까요?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을 잘못 오해하여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것처럼 살아가기도 합니다. 교회 이외의 일에 대해서는 아주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마치 세상이야기라도 입에 꺼내면 불경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말씀하신 의미는 제자들이 세상과 스스로 격리되어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 속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라는 말씀입니다. 비록 남겨진 제자들이 세상 속에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진리로 거룩해지기를 소망하셨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세상 속에서 거룩한 존재가 되는 겁니다. 원어에는 거룩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의 “ἁγιάζω hagiazō” 를 사용하였습니다. 하기아조는 하기오스(ἅγιος)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인데, 그 뜻은 구별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세상 속에서 구별된 존재가 되라는 뜻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마5:14). 그 말은 어둠 속에서 환히 비치라는 뜻이지, 우리더러 어둠을 피해 환한 양지로 나와 있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으로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빛이신 그리스도를 닯아 빛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과 구별되는 것은 우리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진리 가운데 거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진리를 붙들고 이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사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가는 제자된 모습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졸업을 하여 세상 가운데 나아갈 청년들에게도 이와 같은 권면을 드리고자 합니다. 주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나가되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 가운데 거룩한 제자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복되고 가치있게 만드는 길입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의미있는 삶을 사는 길입니다. 이 세대를 좇는 자들이 아니라 진리의 빛 가운데 거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십시오! 그래서 모두가 아버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